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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세 번째 생일과 스물다섯 살의 새해를 맞이하며- 순수한 어른에 대한 단상


지난 1년은 나에게 있어 말 그대로 가장 다채로운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  
따라서 그만큼 많은 생각과 계획의 수정과 스스로에 대한 발견이 있었고
내 스스로 체감할 정도로 내가 크게 변화했음을 느낄 수 있는 한 해였다.  
이제 어린 학생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으며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았고,
'내려다 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초보 어른으로서의 1년은...
글쎄, 말했듯 딱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굳이 정리해보자면 이 정도가 되겠다:

나는 변했으나 모두 변하지는 않았다. 혹은,
나는 성장했으나, 모두 성장하지는 않았다.


가장 큰 변화를 느낀 부분은 세속적 의미의 성공과 부에 대한 욕심이 강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어렸을때 동경하던 세련되고 시크한 도시의 커리어우먼으로서의 화려한? 삶 말인데,
소위 말하는 전문직 타이틀로 사회에 한걸음 내딛으니 마치 금방이라도 이룰 수 있을 듯한, 뭔가나름 현실적인 목표가 되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뭐 그렇다.  굳이 직업을, 돈을 쫓으며 살지 않아도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하며 '평범'하게 사는 데에는 어느정도의 부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한참도 더 된 때였다.  어쩌면 난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한 해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나는 내 스스로가 조금 더 낯가림이 심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에 조금이나마 덜 외로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예전처럼 단 것을 자주 찾지 않는데다,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덜어내는 일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음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완전하게는 변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정에 매우 약하고, 아직도 눈물도 웃음도 아주 헤프고, 아직도 여유있고 느긋한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를 추구하며, 아직도 높은 이상과 비현실의 문턱을 넘나드는 꿈을 쫓는 삶을 추구한다.  아직 나의 내면이 완연한 어른으로 성숙하기에는 조금 덜 여문 생각들이 마음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지난 해를 보낸 내가 답해야 할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그동안 그려왔던 '순수한 어른'에 가까운 인간상이 되어가고 있는가.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를 짊어지고 사는 바람에 차가운 현실과 거세게 맞부딪혀야만 하는 20대이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내 목표에 나름대로 맞는 길을 찾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걷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직은 완전한 어른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성공했다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나는 아직도 자랄 수 있다.  내가 생각한 성공적인 삶, 또는 그 이상을 쫓아 전력을 다해 달릴 수 있다.
높이 날기 위해 딛어야 하는 도움닫기가 몇 발짝 더 남았기 때문에.

2012 임진년.  올해는 용띠인 나의 해.
이십대의 중심점을 찍은 나이에, 여전히 나의 꿈은 크다.

 

 

너는 있었다




아침부터 유난히 싱숭생숭 했던 하루였어.
흰 구름을 몽실몽실 빚어내는 하늘도 

선선하게 스쳐가는 바람도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이었는데
바람과 해와 나를 향해 미소짓던 나무와
오늘따라 고풍스러워보이던 건물들이
기억나지 않는 기억 속 풍경들을 떠오르게 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몽환적이었던 보사노바 음악이 나를 하늘로 띄워 올렸다.
꿈꾸듯이, 홀린듯이 음악에 이끌리는대로, 기분이 향하는대로 무작정 따라갔더니 
공상하는 눈 속의 난 다시금 그때의 그 풍경 속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곳에
너는 있었다.
나를 반하게 한
그 얼굴로
그 목소리로
그 품으로
그 마음으로.




천생연분


유난히 잠들지 못하는 밤
언제나처럼 한쪽 절반이 비워진 침대를 팔로 쓸어내려본다.  행여나 네가 남기고 간 체온이라도 손가락에 잡힐까 싶어. 

또다시 떨어져 있게 된 지도 어느덧 3주.  
마냥 행복할거라 생각했던 여름이, 기대와는 조금 다르게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별 문제없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같은 것을 꿈꾸고 있다. 
불안함에 자신을 내어주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두려움때문에 오히려 더 서로를 갈구하고,
다가가면 멀어지고, 다가가면 멀어지고 하며 "그 날"을 위해 하루하루 버티어 내고 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떠나보내거나 놓아주지 않아.  
내 목숨보다도 더 아끼고 사랑하니까.
이미 너무 잘 알지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가 떨어져있는 시간을 먹고 잡초처럼 자라는 불안함을 잘라내기 위해서 꼭 나의 귀로, 나의 눈으로 들어내고야 마는 말들.

We, the fragile.  우리는 서로의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가.
하지만 서로의 그 나약함마저 사랑하는 우리는,
그리고 그 사랑 안에서 서로를 품고 함께 성숙해지는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  
이런 걸 두고 천생연분 이라고 하던가? 진실이야 어쨌든 그렇게 믿을거다.

그래서 난 오늘도 너와 함께
넓은 들판 혹은 마을 한 가운데 오래 된 분수대의 가장자리에 앉아 시리도록 푸른 프랑스의 하늘을 함께 바라볼 머지 않은 그 날을 그린다.

달빛이 참 밝아.
꿈 속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너의 미소만큼이나. 

잘 자요, 내 사랑.